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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를 품고, 나는 물든다 (4)
산울림산악회 산행 이야기
2019-05-13 오전 11:42:23 낙동뉴스 mail hys11440@naver.com


새로움에 대한 기대, 검무산


- 산울림 산악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가장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은 깃들어 살아갈 ‘터’를 잡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경 사회에 있어서 터를 잡는 일은 단순히 풍우를 피하는 주거 공간이 아니라 가족은 물론 일가들이 대를 이어 집단적으로 생업인 농경을 영위해야 했기에 주거와 생계의 필수 요건에다, 나아가 일가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위도 지켜내야 하는, 그야말로 요새 내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터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연 환경과 지리적 요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지난 경험과 통계로 만들어진 풍수지리는 개인과 일가의 명운은 말할 것도 없고 왕조의 흥망이 달린 절대적 가치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한양천도는 새로운 왕조의 전부였기에 태조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조정이 매달려야 했고, 정도전과 무학대사로 일컬어지는 개국 공신들은 오로지 이 천도를 통한 신 왕조의 정당성 정립에 ‘올인’해야 했다. 왕십리의 지명이 그러했고 ‘좌청룡 우백호 현무 주작’ 또는 ‘배산임수’의 대 풍수학이 진리의 철학(?)으로 격상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존엄을 인정(?)받고 있는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이 ‘터 잡기’의 중요성 내지는 절대성을 증거하고 있다. 하기사 이 문명의 시대에도 이사라도 갈 양이면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용하다는 지관(철학관)을 찾고 있으니, 이 가치의 심리적 의존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리라 여겨 본다.


< ▲ 오늘은 특별함에 이끌려 검무산에 한번 올라본다 >

산행에 앞서 서론이 길었다. 그러나 오늘 산행은 좀 특별한 산이다 보니 그 들머리에 가기까지는 누구라도 한번 쯤 궁금해 할 일이기에 생각의 머리를 잡아보는 것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오미리에 자리한 해발 331m 밖에 되지 않는 ‘검무산(劍舞山)’. 산 정상에 있는 바위가 투구를 쓴 무사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그 산 자락이 마치 전장에 나가 승리한 장군이 승리의 검무를 추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러나 정작 이 마을 사람들은 그 이름이 너무 세다고 하여 ‘문학산’이라 불리운다는, 어찌 보면 그저 그렇게 태백산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산...

심지어 본래 이곳 남쪽은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葛田里)로, 말 그대로 칡넝쿨이 앞을 가로 막는 험지에다 지리적 여건상 ‘영배’라는 재를 넘어야 했고, 앞으로 낙동강을 품고있는 바람에 오지 중에 오지로 불리워서 이곳에서 고작 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있는 풍산에 처녀들도 이곳에서 혼사가 들어오면 시집가기 싫어서 삼일 밤낮을 울었다는 외따로운 산, 다행히 이 산자락에는 약수도 있고 질 좋은 옻나무가 있어서 여름 한 철 우리네 어머니들이 옻닭에 약수로 피접을 한 기억으로만 선명한 약산(藥山)...

< ▲ 검무산은 안동시 풍산읍 오미리에 자리잡은 해발 331m 남짓한 산이다 >

그랬던 산이 어느날 천지개벽을 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제와 행정구획 개편으로 1995년 대구가 광역시로 승격되어 독립하게 되자 졸지에 경북도청 소재지가 더부살이를 하게 되어, 필연적으로 도청 소재지를 이전해야 했다. 그때부터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발품을 팔기 시작했고, 도내 구석 구석을 훑고 다녔다.

그러기를 10여 년,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칡넝쿨에 재 넘어 있는 오지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검무산이 영산이라 능히 도읍을 정할 만하다는 풍문이 떠돌았고, 나름 내노라하는 지관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본디 이 산은 백두대간의 문수지맥(文殊支脈)으로 매봉산-문수산-학가산-검무산으로 이어지는 성스러운 산이며, 풍천면 도양리 남쪽 낙동강변에 있는 시루봉이 이 검무산의 안산으로 자리하고 있는 데다, 낙동강은 물론 호민지의 임수(臨水)가 있어 그야말로 명당 중에 명당이라고 한다. 시쳇말로 하면 흙속에 진주라고나 할까.

< ▲ 검무산 일대가 특유의 성스러움으로 도청 소재지로 낙점되었다 >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마침내 이 검무산 일대는 경상북도의 새로운 도청 소재지로 확정되었고,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논밭은 아파트 단지가 되었고, 칡넝쿨 우거졌던 곳은 새로운 광장이 되어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새로운 천 년을 건설하고 있다.

< ▲ 검무산 일대의 논밭이 있던 곳에는 이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있다 >

이 성스러운(?) 산을 올라보는 것이다. 사실 산행 코스는 매우 단조롭고 짧다. 여러 코스가 있으나 어느 코스를 택하든 1시간 이내에 정상에 다다를 수 있고, 특징이라고 해봐야 정상 부근에 있는 481칸이나 되는 계단이 전부다. 울창한 원시림이나 그 사이에 수줍게 피어있는 풀꽃들도 남다를 게 없다. 바람도 매한가지이며, 흙이 밟히는 소리도 무덤덤하다. 심심한 산이다. 이런 산을 명승지라 해도 되나?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정상에 서 보면 안다. 하기사 우리나라 어느 산 치고 정상에서의 장쾌함이 없는 곳이 있으랴 만은, 이 심심한 산의 정상은 좀 많이 다르다. 굳이 문수지맥이라는 어려운 말을 몰라도 저 멀리 휘달려오는 백두대간의 산맥이 있고, 손을 내밀면 금방 이라도 잡힐 것 같은 신도시가 있고, 칠백 리 낙동강이 이 새로운 꿈들을 휘감아 옹휘하고 있음을 마치 영화 스크린을 보는 것 같이 빤히 마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라는 말이 무조건 파괴하고 인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새로움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라면 한 번쯤 풍수지리의 그 신묘함에 감탄해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터’에 대한 기대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때마침 불어 온 바람 한 자락이 산까치 소리를 데리고 와, 머릿속이 시원해지도록 쏟아 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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